2010년 9월 10일 금요일

우회전 금지

마오쩌둥이 확고하게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 덩샤오핑은 '주자파'로 몰려 곤혹스러운 일을 당해야 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중국 사회 전체를 'hold'시켰던 문화혁명이 끝난 후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개혁의 방향이 그 유명한, 쓰촨의 속담을 인용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으로 단순화될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자본주의와 완전하게 동일하지는 않은, 표현 그대로의 의미를 가진 '중국식 사회주의'를 꿈꾸는 지도자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유해진다는 의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부는 국민에게 속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사회에서 부유해진다는 말은 국민 전체의 번영을 뜻한다. 사회주의 원칙은 첫째로는 생산력의 발전, 둘째로는 공동번영이다. 우리는 공동번영을 더욱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해 일부 국민과 지역이 먼저 번영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정책이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이다." (1986년 덩샤오핑. 외신기자와의 인터뷰, [메가트렌드 차이나]에서 재인용)

덩샤오핑이 꿈꾸던, 양극화를 걱정하지 않는 중국은 어디에 갔을까?
어느 무엇도 그것을 넘어설 수 없는 힘을 가진 자본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중국은 덩샤오핑이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던 그 중국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 번에 벤틀리 여섯 대를 현금으로 구입해 로비에 사용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두 달에 한 번 스위스로 날아가 보톡스 주사를 맞고 오는 아가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현금이 많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

반면 <차이나 블루>라는 다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달 월급 약 350-500위안, 그나마도 더 나은 조건의 공장으로 쉽게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첫 달 월급은 일종의 '야진(보증금)'으로 떼이고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살아야하니 서너 달은 지나야 비로소 돈을 만져보게 되는 노동자들의 삶도 중국에는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는 사람들이 갖는 단 한 가지의 희망은 돈이다. 빈부격차건 뭐건 일단 나와 나의 가족이 먹고 살고 보다 풍족하게 사는 것이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중국사람들의 희망이다.

201007 SHANGHAI


일본이나 영국을 제외하고 차와 사람이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는 곳에서 우회전 금지 신호를 간혹 발견할 수 있다. 우회전 금지 신호가 그리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회전은 신호를 받지 않고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덩샤오핑이 장담했던 바가 이제 와서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물론 나는 중국이 사회주의에 대한 지향을 포기하고 서구형태의 자본주의 방식으로 완전히 급선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레토릭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단지 레토릭에 멈추는 것도 분명 아니다.

그러나 저 우회전 신호가 항상 붉은색만 들어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초록색 신호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운전자들이 정지선에 서있다. 그들에게 저 우회전 금지신호는 아주 귀찮은 존재일뿐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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