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일 목요일

인터넷 엑스포

(2010년 4월 29일 쓴 글입니다. 이전 블로그에서 옮겨 온 것입니다.)


"网上世博"

5월 1일 개막을 앞둔 상하이 엑스포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전시장이고 다양한 매체들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주최측은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08년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뤄내었(다고 믿)고 이제 그 경험을 엑스포에까지 연결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충분히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은 아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현황과 관련 정보는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전의 성과를 엑스포를 통해 과시하려는 욕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1851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만국박람회'가 열렸을 때부터 이런 전시회는 근대성/현대성을 보여주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비단 엑스포 혹은 만국박람회가 아니라 할지라도 무엇인가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은 어떤 사회나,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요.

중국의 입장에서는 2008년 올림픽을 통해 화려함을 보여주었고 이제 2년이 지난 지금 엑스포를 통해 자신들의 현대화된 모습, 기술적 진보 등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엑스포의 각 전시관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설명을 제공하고 갖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었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정부나 권력에 독점되었던 '말하기 채널'이 다변화되고, 제한된 수준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중국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구글의 철수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과시하고 싶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인프라의 구축은 역시나 '제한된 수준'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뭐 최근 한국의 상황도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 씁쓸합니다만.)
아직도 여러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그토록 자랑하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의 혜택으로부터 크게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개방. 소통, 공유라는 웹 2.0 시대 인터넷의 철학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제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상하이 엑스포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줄 것입니다. 저 역시 보고 싶고, 제 눈으로 본다면 정말 놀랍고 신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조직위원회와 관계 기관이 '인터넷 엑스포'에 대해서 자신있게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잘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휘황찬란함에 가려진 몇 가지 현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의 '인'이라는 글자도 생각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 오늘 하루도 온종일 애쓰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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