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일 목요일

공정과 믿음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의 이야기를 보았다. 공정함을 강조하면서, 예전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사용하던 비유가 있다고 했다. "케이크를 두 사람이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건가. 한 사람이 먼저 칼로 자르도록 한 뒤, 나머지 한 사람이 둘 중에서 선택하게 한다." 그가 보는 공정은, 참으로 공정하다.

문득, 사람 사는 세상에 공정함은 참 필요한 일이지만 그 공정함은 그저 원칙과 계약이 강조되는 업무적 관계 속에서나 적합할 것 같은 차가움이 묻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를 둘로 나누지 않고 함께 마주 앉아 퍼먹으면서 내가 덜 먹든 상대가 많이 먹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인간 관계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덜 먹고 더 먹고 상관하지 않고 큰 불만도 갖지 않는 모습. 이번엔 네가 케이크를 많이 먹었으니 다음에는 크림 올린 맛있는 커피 한 잔 사라고 웃으며 퉁칠 수 있는 관계. 꼭 커피를 사지 않아도 그럴 수도 있지 뭐, 라고 생각하는 편안하고 덜 계산적인 관계. 그 관계들로 이루어진 사회.

이상적이고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라 믿는다. 쇠고랑 차거나 경찰 충돌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공정보다 더 따뜻한 믿음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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