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토요일

홍은택의 책 <중국만리장정> (2013, 파주: 문학동네)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책인데도 빨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나는 책이다.
그래서, 서둘러 기록으로 남기기.

홍은택의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그의 미국 자전거 횡단기 <아메리카 자전거여행> (2006, 한겨레출판)이었다. 출판되고 몇 년 후에 읽은 것이었는데 그 때는 내가 자전거에 완전 꽂혀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었고 자전거가 재미있었으며 친척들 몇 명이 우연히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홍은택의 책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여행기였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자전거 때문이었다. (당시 내가 구입했던 자전거 관련 책들은 이런 여행기뿐 아니라 도심에서 로드바이크를 탈 때 지켜야 할 것들을 적은 안내서, 자전거의 메카닉에 대한 책들도 포함된다.)

나는 자전거에 초점을 맞춰서 그의 책을 읽었지만 그 책은 자전거보다는 여행의 길목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그가 따라 간 Trans American Trail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길을 혼자 가면 힘들테니 누군가를 꼬셔서 함께 가되 그가 운전하는 지원차량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렇게 뼈속까지 연도남이다.)

한참을 지나, 홍은택이 중국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중국 자전거 여행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현대 중국 젊은이들이 워낙 많이 다녀서 웨이보나 중국 블로그, 각종 포털에서도 각종 여행기는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를 전달할 줄 아는 홍은택의 책이다. 게다가 심지어 중국이라니. 이번에는 자전거가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에 손에 들게 되었다. 주문완료 확인버튼을 클릭하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그의 시선을 따라 중국을 여행하는 기분에 들떠 있었다.

이 책만 놓고 보면 홍은택을 한국의 피터 헤슬러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피터 헤슬러의 <리버타운: 양쯔강에서 보낸 2년> (2003, 눌와)과 <컨트리 드라이빙: 자동차로 달린 7000마일 중국여행기> (2012, 중앙북스), 그리고 한국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Oracle Bones 같은 책들은 인류학자가 쓰지 않은 가장 인류학적인 책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중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주한 경험들을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러나 사람에 대한 존중도 놓치지 않으면서 보여주는 피터 헤슬러의 책은 중국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한 번 정도 읽어볼만한 저작이다. 홍은택의 이 책 역시 자전거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마주한 경험들을 솔직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꼭 중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재미는 일단 홍은택의 유머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상하이에서 교통법규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피해보는 사람도 보행자다. 그들에게 길의 권리는 없다. 도시라는 정글에서 사자나 호랑이는 화물차나 버스 같은 대형차들이다. 그리고 관리들이 많이 타는 아우디 검정 승용차, 그들은 경적의 데시벨로 권력을 표시한다. 유리창이라는 방음벽이 없이 차도로 다니는 자전거에는 바로 귀에 대해 경적을 울리는 것 같다. 상하이에서 경적은 꼭 필요할 때 울리는 장치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운전자들이 경적을 누르지 않을 때야말로 위험한 상황이다. 졸고 있거나 동승자와 수다를 떨다가 한눈을 팔아서 미처 경적을 누를 때를 놓친 경우이기 때문이다. (35-36)

본문도 본문이지만 각 장에 붙인 소제목들은 제목만으로도 즐겁다. (만약 이 상태를 문자로 표현한다면 ㅋㅋㅋㅋ 정도 될 것이다.)

3장 아무도 양보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 가능성
5장 여행은 로(路)를 잃어도 도(道)를 얻는 과정
11장 프랜차이즈화되는 중국
39장 권력자는 당대를, 시인은 천 년을 사는구나
등등.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중국이라는 과목을 학습하러 떠난 여행의 결과이다. 물론 그의 여행은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자전거가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날 것을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반대할지도 모르겠지만.

학술적이지는 않더라도 사람의 눈으로, 사람의 속도로 중국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따라가는 동안 솔직한 중국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저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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