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7일 화요일

6일 동안의 장가계와 원가계 여행

7월이 시작되자마자 중국 장가계와 원가계를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 다녀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패키지라는 것을 따라가 봤는데 이러저러한 장점과 단점이 있더라구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기록하기로 하겠습니다.

장가계와 같은 곳은 교통이 불편할 것이라 패키지를 선택한 것인데 자유여행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중국 국내선을 타면 장가계 공항에 내릴 수 있고 기차역도 장가계 국립공원 바로 앞에 있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위주의 관광이 아니라 트래킹을 목표로 한다면 패키지 상품 대신 개인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몇 장의 사진들과 간단한 설명만 남겨 놓기로 하겠습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첫날 묶었던, 창사(Changsha, 长沙)의 호텔 맞은편에 공사중인 아파트. 꽤 독특한 모습입니다. 




밤 비행기를 타고 국제선이 갈 수 있는 창사에 도착한 것이 밤 12시를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니 1시.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장가계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창사와 장가계는  약 300km 떨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버스로 4시간 정도를 이동하면 됩니다. 한국의 경우 고속도로 공사를 할 때 한두 차선은 남겨 놓고 교행을 하도록 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반면 저희가 가야 하는 고속도로는 창사에서 장가계 방향을 완전히 막고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창사를 출발하여 어느 정도 구간은 국도를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장가계를 갈 때는 6시간이 걸렸습니다. 

장가계는 험준한 바위산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첫날 간 곳은 해발 약 1800미터 정도. 놀랍게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갑니다. 


산의 모양새도 멋지지만 약 35분 정도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어떻게 만들었을까가 더 신기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케이블카 뒤쪽에 보이는 길도 가파른 절벽에 만들어 놓은 찻길입니다. 국립공원 내부의 셔틀버스들이 저 길에서 운행합니다. 어떤 책에서, 한국은 산을 올라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반면 중국은 모든 높은 산에 계단을 놓거나 케이블카 혹은 버스를 통해 정상에 올라가는 목적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앞서 트래킹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든 생각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더라도 장가계는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과 경이를 줄 것 같은 곳입니다. 


산 위에 올라가면 절벽 옆에 만들어놓은 잔도(栈道)를 약 30분 걸어서 이동합니다. 위 사진 중간 쯤 희끗희끗 보이는 것이 그 잔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 역시, 그것을 걷는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만들었을까가 더 신기한 곳입니다. 전국(战国) 시기 만들어진 잔도의 흔적은 예전에 장강에 갔을 때 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 장가계의 잔도는 관광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천문동이라 불리는 자연적인 바위굴입니다. 천문동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계단과 폭이 좁고 가파른(40도 정도?) 계단이 번갈아 있습니다. 999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세어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 말을 믿어야지요. 실제로는 올라가다보면 힘들어서 제대로 세기 어렵더라구요. 올라가면 바람과, 저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물들 때문에 무척 시원합니다. 비오듯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라는 느낌이. (하지만 그건 한 순간의 느낌일 뿐. 이 길을 다시 내려오면 또 엄청난 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참고로 아열대에 가까운 기후지역인 장가계의 7월 초 날씨는 32-36도 정도입니다만 고도가 높아서 그 정도의 기온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가기 전 예의주시했던 일기예보에서는 매일 비 예보가 있었지만 제가 있는 나흘 동안은 약 10분 정도 내린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날씨가 계속 좋았습니다.) 1999년 에어쇼를 하면서 저 천문동 사이로 네 대의 전투기가 통과하는 쇼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천문동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큰 향로가 있고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큰 향을 피웁니다. 이런 모습은 중국의 왠만한 관광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밤에는 천문산의 한 쪽에서 거대한 공연을 합니다. 약 500명 정도가 출연하는 <천문호선(天门狐仙)>이라는 제목의 공연으로 <인생>(1993)을 만들었고 이후 <영웅> 혹은 <황후화> 따위의 영화를 만든 장이머우 감독이 기획한 것입니다. 항저우, 베이징, 그리고 다른 몇 지역에 이렇게 '대규모' '볼거리' 위주의 공연들이 많고 장이머우가 크게 관여한 것들이 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 연구를 해 볼 예정입니다.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는 현재의 중국 관광지에서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공연이 썩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장가계와 근처 지역의 전설과 몇 이야기들을 조합한 것인데 볼거리에 치중하다 이야기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연을 보다가 지루할 때 찍은 사진 하나 올려 놓습니다. 달이 막 뜨려고 하는 천문산 모습입니다. 오른쪽 중간에 있는 노란색 조명은 앞서 본 천문동에 조명을 켜 놓은 것입니다. 



이틀째. 
보봉호(宝峰湖)라는 산정 호수 앞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부채를 파는 모습입니다. 



한국돈도 받는데 1000원 혹은 2000원 짜리 물건이 대부분입니다. 밤, 부채, 오이 등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어떤 경우 장사하는 사람들이 '천 원, 천 원' 이렇게 외치지만 막상 살 때는 '천 원, 천 원' 이렇게 두 번 불렀으니 이천 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토가족 박물관도 있습니다. 호북, 호남 등에 걸쳐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전에 장강에서 봤던 토가족의 문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은 활을 이용해 솜을 트는 분의 모습입니다. 활을 이용하는 것은 한국과도 동일한 방식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원가계로 가면, 영화 <아바타>의 배경에 영감을 주었다는 바로 그 경관들을 계속 보게 됩니다. 곳곳에서 "판도라는 멀지만 장가계는 가깝다"는 홍보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아바타>에 나오는 이크란 모형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진 찍으면 돈 내야 합니다. 만리장성 위에도 '전문 사진사'가 사진 찍어주고 돈 받습니다. 사진에 나온 분들은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입니다.) 



(찍어온 사진들을 보니, 바위산 사진이 엄청나게 많군요. ^^)

장가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대협곡입니다. 석회수가 흐르며 큰 계곡을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첫 사진의 바위는 잘 보면 여성의 얼굴이 보입니다. 눈썹도 보입니다. 석회수가 계속 흐르고 있어 '머리 감는 여성'이라는 이름의 바위라는군요.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황룡동굴입니다. 땅굴을 제외하고 동굴은 태어나서 처음 가본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 째로 큰 동굴이라고 합니다. 동굴은 뭐 동굴이지요.



돌아오는 날은 네 시간 걸려 창사에 도착했습니다. 창사에 있는 호남박물관에 가고 싶었지만 패키지의 일정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요. 

원래 밤 00시50분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예정이었지만 상하이의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오지 않아 항공사가 잡아 준 호텔에서 3시간 자고 4시에 일어나 공항에 실려오고 7시 35분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가 타야 할 비행기가 상하이에서 인천에 갔다가 창사로 와야 하는데 상하이에서 뜨지 못했다더군요. 한국에 비가 엄청나게 왔던 날의 일입니다. 

이런 것이 대륙의 자연이구나, 생각하게 된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구이린(桂林)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이곳의 관광객은 거의 대부분 한국인과 중국인입니다. 장강 유역이나 베이징, 상하이만 해도 서양인들이 무척 많은데 의외로 장가계에는 거의 없습니다. 일정 내내 서너 명으로 이루어진 팀 두엇을 보았을 뿐입니다. 이런 자연 풍광은 서양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순수한 여행기는 이렇게 정리해 놓겠습니다. 그곳 관광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좀 더 기록할 것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좀 곤란합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20120702-20120707
중국 장가계(张家界)
사용한 카메라: Canon 50D with EF-S 17-55mm lens and SONY dsc-w380
photographed by LEE 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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