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기억과 기계와 인간: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

코엑스에 갈 일이 있어 조금 일찍 가 서울 국제도서전에 들렀다. 가지고 있던 어떤 신용카드 덕에 공짜 입장권을 받아 3,00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이런 공짜 입장은 행사장 안에서 경험한 엄청난 지름신의 강림을 조금이라도 위안하려는 주최측의 배려일 수도 있다. ㅠㅠ)



얼마 전 우연히 책 소개를 보고 다음 학기 <디지털시대의 문화인류학> 수업에 관련될 수 있겠다 싶어 제목을 저장해 놓은 책이 있었다.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2013, 창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평소 만화를 잘 안 보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의 분량이라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서전에서 창비 부스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 보려고 했던 책인데 심지어 싸게 살 수 있다니!!

며칠 전 엄기호 선생님은 트위터에서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엄쌤의 설명 그대로다. 이 책은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장기매매라는, 무엇이든 팔고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비열한 얼굴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사회의 직장에서, 술집에서, 휴가를 위해 떠난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까지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와 함께 내가 (다음 학기의 수업과 관련하여) 주목했던 것은 기억의 문제이다.
기억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이 해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쉬운 것이 아니어서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기억을 위한 보조장치를 활용해왔다. 동물의 뼈나 돌판을 지나 종이를 거쳐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USB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인간의 몸 외부에 위치하며 그 역할을 담당한다.
몸으로부터 벗어나 외재하는 기억들. 그 기억을 담당하는 기계들. 그 기계/기억과 대면하는 인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가 예전에 엄청나게 좋아했던, VHS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들(인간들)의 DNA 또한 자기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절점과 같은 것이다. 종으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라는 기억 시스템을 가지고 사람은 오직 기억으로 인해 개인일 수 있다. 설령 기억이 환상과 동의어라고 해도 인간은 기억에 의해 살아간다.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인형사의 말)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는 <공각기동대>가 제기한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이어 받는다. 자본주의에서의 사람의 관계와 함께, 기억의 위치와, 기억의 장소인 인간/기계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다. 그냥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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