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제 한 달 가까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맥.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왜 이런 좋은 기계를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생각된다. 좋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좋은 책은 여러 번 읽고 싶고, 좋은 사람은 자꾸 만나고 싶은 것처럼 좋은 기계란 그것을 자꾸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킨들이 그랬고 지금의 맥이 그렇다.
깨끗하고 예쁘고 ... 이런 점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핸드오프 기능으로 전화와 문자, 카톡 등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맥으로 전화 받는 걸 썩 선호하지는 않지만, 벨소리도 잘 못 듣고 진동도 잘 못 느끼는 나 같은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다. (미밴드도 그런 역할을 하지만 미밴드와 맥을 단순 비교하는 건 쫌..........) 문자도 카톡도 맥을 이용해 보고 답장하고 무시하고 할 수 있으니 좋다. 누구나 잘 아는 것처럼 핸드폰의 터치화면으로 타이핑하는 것보다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것이 월등하게 편하고 빠르니 더 말할 필요 없다.
인터넷 검색하다가 아이폰, 아이패드, 맥 가리지 않고 한 기계에서 다른 기계로 동일한 창을 띄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맥에서 검색하다가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의견을 듣기 위해 그 사람을 부르지 않고 아이패드를 가지고 동일한 창을 띄워 보여줄 수 있다.
윈도우 기반의 컴을 쓸 때는 MS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신 다른 대안을 찾으려 노력했었다.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익스플로러 대신 크롬을 쓰고. 그런데 맥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넘버스를 쓰고 페이지에 익숙해지려하고, 무엇보다 사파리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다만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동기화 속도가 느려서 여전히 구글 드라이브와 드롭박스를 선택하고 있기는 하다.
액티브 엑스 같은 쓰레기들을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불편하지 않느냐는 평을 많이 봤지만, 그것은 적응하기 나름이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 사이트들은 모두 사파리를 지원한다. (어차피 은행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숫자나 확인할 뿐 '돈'이라는 실물이 내 손에 들어오는 일은 없으니..... ) 가끔 인터넷으로 뭔가를 산다면 사파리에서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할 때 핸드폰 앱으로 처리하면 되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렇게 특정 회사 상품에 종속되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그렇게 자본주의 상품의 소비자가 된다.
2016년 1월 7일 목요일
2013년 9월 1일 일요일
연필깎기의 정석
연필을 아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종이와 마찰하는 '스윽~스윽'하는 소리는 '다다다다 탁탁탁'하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보다 훨씬 정감있다.
연필 역시 기본적으로 문구류에 포함되고 문구류를 좋아하는 내가 연필을 좋아하는 것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연필을 사오는 취미가 생겼다. 나이가 많이 들 때까지 더 많은 연필이 생길테니 그것으로 컬렉션을 만들까,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은 취미가 아닌 관계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다. (아래 사진은 곧 사용하기 시작할 최근 수집한 연필들. 국립중앙박물관, 상하이박물관, 타이완고궁박물원, 타이중의 국립타이완미술관,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거나 문구점에서 구입한 연필들도 섞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재미도 있겠지만 현재 진행하는 수업과도 크게 관련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리스 2013 연필깎기의 정석: 문필가,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목수, 기술자, 공무원, 교사를 위한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 파주: 프로파간다.
연필깎기의 정석이라니!!!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순수하게 연필 깎는 법을 알려준다. 연필의 구성, 칼의 사용법,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부터 벽걸이형 연필깎이의 장단점과 각각의 사용방법, 그리고 전동 연필깎이라는 바보 같은 물건을 멸종시키기 위한 전략까지 순수하게 연필 깎기에 관련된 이야기만 일관되게 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연필을 깎기 위한 매뉴얼로 찾아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매뉴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세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용 외날 연필깎이를 몇 번 회전하느냐에 따라 연필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까지 표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은 유쾌하다. 이런 주제로 이렇게 책을 쓸 수 있구나 생각을 하게 하고, 그런데 이렇게 책을 쓰려면 충분한 관찰과 글쓰기의 노력이 필요하겠구나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꽤 즐거웠다. ㅋㅋㅋ
"연필을 깎고 고객에게 연필밥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을 믿지 말라. 연필밥은 엄연한 연필의 일부이며 궁극적으로 고객의 것이다." (16) (저자는 현재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연필과 책 주문을 받고 연필을 깎아 보내주고 있다. 연필은 35달러. 해외배송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artisanalpencilsharpening.com/index.html)
"나는 연필 깎기 도구 가방 안에 항상 5.25에서 5.80 달러의 비상금을 넣어둔다. 현기증이 날 때 샌드위치를 사먹기엔 충분하지만 할 일을 내팽개치고 영화를 보러 가기에는 부족한 액수이므로 그 정도가 딱 적절하다." (23)
"나는 회전식 연필깎이의 칼날에 낀 흑연 가루와 나무 찌꺼기를 제거할 때 칫솔을 이용한다. ... 연필깎이 청소에 사용한 칫솔로 다시 이를 닦는 일은 없어야겠다." (25)
부록에는 세인트피터즈버그 '플로리다 안과'에서 주는 유익한 조언이 실려 있다. 병원 웹사이트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는데 다음과 같다: 막대기나 연필 같은 것에 눈을 찔렸을 때는 절대로 뽑지 마십시오. 그리고 안대를 느슨하게 붙이십시오. 이는 매우 심각한 응급상황이므로 즉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225)
참 친절하기도 하네.
저자는 연필을 깎는 작업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몸을 쓰는 작업이므로 연필을 깎기 전에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책을 따라가는 동안 연필을 다루는 이 섬세함에 감동하게 된다. 장인의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에서 나온 먼지 같이 고운 연필밥은 다람쥐 발을 연필밥 통에 담갔다 뺀 뒤 흑연 및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진 흔적을 따라가 다람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니!! (118)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풍부한 아이디어..... 아.... 놀랍다!!
연필에 관심있는 분들은 책의 부록에 수록된 각종 연필 관련 사이트와 박물관 리스트도 참고하시라.
연필 역시 기본적으로 문구류에 포함되고 문구류를 좋아하는 내가 연필을 좋아하는 것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연필을 사오는 취미가 생겼다. 나이가 많이 들 때까지 더 많은 연필이 생길테니 그것으로 컬렉션을 만들까,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은 취미가 아닌 관계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다. (아래 사진은 곧 사용하기 시작할 최근 수집한 연필들. 국립중앙박물관, 상하이박물관, 타이완고궁박물원, 타이중의 국립타이완미술관,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거나 문구점에서 구입한 연필들도 섞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재미도 있겠지만 현재 진행하는 수업과도 크게 관련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리스 2013 연필깎기의 정석: 문필가,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목수, 기술자, 공무원, 교사를 위한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 파주: 프로파간다.
연필깎기의 정석이라니!!!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순수하게 연필 깎는 법을 알려준다. 연필의 구성, 칼의 사용법,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부터 벽걸이형 연필깎이의 장단점과 각각의 사용방법, 그리고 전동 연필깎이라는 바보 같은 물건을 멸종시키기 위한 전략까지 순수하게 연필 깎기에 관련된 이야기만 일관되게 하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연필을 깎기 위한 매뉴얼로 찾아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매뉴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세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용 외날 연필깎이를 몇 번 회전하느냐에 따라 연필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까지 표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은 유쾌하다. 이런 주제로 이렇게 책을 쓸 수 있구나 생각을 하게 하고, 그런데 이렇게 책을 쓰려면 충분한 관찰과 글쓰기의 노력이 필요하겠구나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꽤 즐거웠다. ㅋㅋㅋ
"연필을 깎고 고객에게 연필밥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을 믿지 말라. 연필밥은 엄연한 연필의 일부이며 궁극적으로 고객의 것이다." (16) (저자는 현재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연필과 책 주문을 받고 연필을 깎아 보내주고 있다. 연필은 35달러. 해외배송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artisanalpencilsharpening.com/index.html)
"나는 연필 깎기 도구 가방 안에 항상 5.25에서 5.80 달러의 비상금을 넣어둔다. 현기증이 날 때 샌드위치를 사먹기엔 충분하지만 할 일을 내팽개치고 영화를 보러 가기에는 부족한 액수이므로 그 정도가 딱 적절하다." (23)
"나는 회전식 연필깎이의 칼날에 낀 흑연 가루와 나무 찌꺼기를 제거할 때 칫솔을 이용한다. ... 연필깎이 청소에 사용한 칫솔로 다시 이를 닦는 일은 없어야겠다." (25)
부록에는 세인트피터즈버그 '플로리다 안과'에서 주는 유익한 조언이 실려 있다. 병원 웹사이트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는데 다음과 같다: 막대기나 연필 같은 것에 눈을 찔렸을 때는 절대로 뽑지 마십시오. 그리고 안대를 느슨하게 붙이십시오. 이는 매우 심각한 응급상황이므로 즉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225)
참 친절하기도 하네.
저자는 연필을 깎는 작업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몸을 쓰는 작업이므로 연필을 깎기 전에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책을 따라가는 동안 연필을 다루는 이 섬세함에 감동하게 된다. 장인의 모습이 이런 것이구나.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에서 나온 먼지 같이 고운 연필밥은 다람쥐 발을 연필밥 통에 담갔다 뺀 뒤 흑연 및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진 흔적을 따라가 다람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니!! (118)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풍부한 아이디어..... 아.... 놀랍다!!
연필에 관심있는 분들은 책의 부록에 수록된 각종 연필 관련 사이트와 박물관 리스트도 참고하시라.
2013년 6월 24일 월요일
기억과 기계와 인간: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
코엑스에 갈 일이 있어 조금 일찍 가 서울 국제도서전에 들렀다. 가지고 있던 어떤 신용카드 덕에 공짜 입장권을 받아 3,000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이런 공짜 입장은 행사장 안에서 경험한 엄청난 지름신의 강림을 조금이라도 위안하려는 주최측의 배려일 수도 있다. ㅠㅠ)
얼마 전 우연히 책 소개를 보고 다음 학기 <디지털시대의 문화인류학> 수업에 관련될 수 있겠다 싶어 제목을 저장해 놓은 책이 있었다.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2013, 창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평소 만화를 잘 안 보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의 분량이라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서전에서 창비 부스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 보려고 했던 책인데 심지어 싸게 살 수 있다니!!
며칠 전 엄기호 선생님은 트위터에서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엄쌤의 설명 그대로다. 이 책은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장기매매라는, 무엇이든 팔고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비열한 얼굴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사회의 직장에서, 술집에서, 휴가를 위해 떠난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까지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와 함께 내가 (다음 학기의 수업과 관련하여) 주목했던 것은 기억의 문제이다.
기억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이 해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쉬운 것이 아니어서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기억을 위한 보조장치를 활용해왔다. 동물의 뼈나 돌판을 지나 종이를 거쳐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USB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인간의 몸 외부에 위치하며 그 역할을 담당한다.
몸으로부터 벗어나 외재하는 기억들. 그 기억을 담당하는 기계들. 그 기계/기억과 대면하는 인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가 예전에 엄청나게 좋아했던, VHS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는 <공각기동대>가 제기한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이어 받는다. 자본주의에서의 사람의 관계와 함께, 기억의 위치와, 기억의 장소인 인간/기계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다. 그냥 읽어보시라.
얼마 전 우연히 책 소개를 보고 다음 학기 <디지털시대의 문화인류학> 수업에 관련될 수 있겠다 싶어 제목을 저장해 놓은 책이 있었다.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2013, 창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평소 만화를 잘 안 보는 사람이지만 이 정도의 분량이라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서전에서 창비 부스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 보려고 했던 책인데 심지어 싸게 살 수 있다니!!
며칠 전 엄기호 선생님은 트위터에서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엄쌤의 설명 그대로다. 이 책은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장기매매라는, 무엇이든 팔고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비열한 얼굴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사회의 직장에서, 술집에서, 휴가를 위해 떠난 관광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까지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와 함께 내가 (다음 학기의 수업과 관련하여) 주목했던 것은 기억의 문제이다.
기억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이 해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쉬운 것이 아니어서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기억을 위한 보조장치를 활용해왔다. 동물의 뼈나 돌판을 지나 종이를 거쳐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USB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인간의 몸 외부에 위치하며 그 역할을 담당한다.
몸으로부터 벗어나 외재하는 기억들. 그 기억을 담당하는 기계들. 그 기계/기억과 대면하는 인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가 예전에 엄청나게 좋아했던, VHS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들(인간들)의 DNA 또한 자기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절점과 같은 것이다. 종으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라는 기억 시스템을 가지고 사람은 오직 기억으로 인해 개인일 수 있다. 설령 기억이 환상과 동의어라고 해도 인간은 기억에 의해 살아간다.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인형사의 말)
오영진의 <어덜트 파크>는 <공각기동대>가 제기한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이어 받는다. 자본주의에서의 사람의 관계와 함께, 기억의 위치와, 기억의 장소인 인간/기계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다. 그냥 읽어보시라.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default 상태로의 회귀
상하이에서 핸드폰을 도난 당했다. 도난이다. 개통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아직 첫 사용료도 청구되지 않은 새 전화기이다. 사람이 많아 움짝달싹 못하는 지하철에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 외투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가 놓았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려 무엇인가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지퍼가 열려 있고 그 안에 있던 핸드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지하철로 세 정거장을 움직이는 잠시 동안 일어난 일이다.
![]() |
by dullhunk, flickr.com |
최근 중국에서 핸드폰 분실은 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지금은 춘절을 앞둔 시기이기 때문에 소매치기가 더 많다고 한다. 훔쳐서 고향으로 가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사건의 '용의자'들은 모두 신장(新疆)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신장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하미과 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름에 주로 먹는 하미과가 주로 나오는 지역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왜 상하이의 소매치기는 모두 신장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일부 상하이 사람들은 신장 외에도 가난한 지역이 많지만 소매치기는 그들로 대표된다는 점에 대해서 인정했다. 한 친구는, 반은 농담이었지만, 다른 가난한 지역 사람들은 단결하지 못하는데 신장 사람들은 단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들은 다른 가난한 지역 사람들과 달리 외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소매치기가 모두 신장 사람일리는 없다. 상하이 출신도 있을 것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신장이나 칭하이, 구이저우 등 가난한 지역 출신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장 사람들은 외모로 인해 한눈에 구별되는 '외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외모에 의한 타자화를 통해 소매치기로 낙인 찍힌다. 외모에 의한 타자성이 행동과 사회적 존재감의 타자성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바로 상하이의 신장 사람들이다.
어쨌거나 상하이를 다닌지 10년만에 처음이고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소매치기'이다. 이 일 때문에 분실증명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에도 다녀왔다.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쓴 것도 태어나서 처음이다.
10년 동안 상하이에 들인 정성과 관심이 부족했나보다. 내가 매번 상하이만을 ‘이용’해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채워왔던 것이 못마땅했던 것일 수도 있다. 뭔가 가져가면서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으니 핸드폰이라도 가져감으로써 보상을 요구한 것일 수도 있다. 상하이의 한 친구는 내게 중국에서의 경험이 아직 충분치 않았던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은 나에게 분실 순간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내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면 음악이 갑자기 멈추니 금세 알지 않았겠냐고 반문하니 이어폰 줄을 끊고 가져가는 경우도 흔한데 그렇더라도 이렇게 사람 많은 지역에서는 “어어~” 하는 사이에 그 ‘도둑’은 사라지니 잡을 수 없다고,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눈 멀쩡히 뜨고 있다가 핸드폰을 분실 혹은 소매치기 당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인류학자가 현지에서 다양한 범죄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위협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죽음을 맞게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상하이와 같은 복잡하고 현대화된 도시에서 인류학자로서의 정체성으로보다는 외국인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고 이번 일이 인류학자의 고생으로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지역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계속 아이폰을 쓰다가 안드로이드 폰으로 바꾼 것에 주변 사람들은 ‘배신자’라고 했지만 두 주 정도 사용하면서 즐거웠던 것은 그것을 나의 방식으로 '개성화 설정'(customizing)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customizing한 나의 핸드폰은 그것을 훔치는 동안 그 행위자가 아주 잠깐 동안 느꼈을 불안함과 뒤 이은 안도감 속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몇십 만 원의 수익으로 바뀐 후 (한글로 되어 있는 소프트웨어이니) 중국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후(이를 중국에서는 shuaji(刷机)라고 한다. 소프트웨어를 밀어버리고 새로 깐다는 뜻이다) ‘원래의 상태’(default)로 돌아가 낯선 땅 어디에선가 정규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날 것이다. customized되어 있던 특별함, 독특함은 사라지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초기화 상태로 변해버리는 과정. 그것이 도난당한 폰이 맞이할 운명이다.
그렇게 보니 이별은 모두 그 모양인 듯 하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누군가였던 사람이 이별의 과정을 통해 평범한, 무리 중의 하나로 변화하는 것. 특별하고 독특한 무엇을 잃어버린 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무리 중 하나로 살아가는 것이어서 이별은 슬픈 것이다.
핸드폰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카메라 가방 NG A2210 영입
카메라를 자주 가지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른 카메라 가방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배낭이 있고 적절한 크기의, 한쪽 어깨에 메는 가방도 있는데 이런 holster를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는, 카메라만 단촐하게 가지고 나갈 경우에 쓰거나 혹은 큰 배낭 대신 여행용 배낭을 가지고 나서는 길에 카메라만 따로 챙기려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도 꽤 오래 쓰지만 이 가방들은 거의 평생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꽤 오랫동안 관련 정보를 찾았는데 정보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간단하게 남깁니다.
NG A2210에는 기본적인 표준 줌 렌즈를 물린 DSLR이 들어갑니다. 저는 세로그립없는 50D에 후드뺀 17-55물려서 세로로 넣으니 딱맞습니다. 렌즈 양 옆에 아주 미세한 공간이 남는데 렌즈캡 혹은 배터리 정도 들어갈만큼의 공간입니다. 좀 빡빡하게 넣는다면 배터리 충전기 정도가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만 그리 추천할만하지는 않습니다. 앞쪽주머니에 손바닥 수첩과 필기도구, 배터리, 메모리카드 정도가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메라 보호용 패드들이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깨패드(NG A7300)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사진이고 뭐고 귀찮게 되니 어깨라도 좀 편안하라고.
(이 글을 쓰고 나서 한참 지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가방은 다른 분께 갔습니다. 이제는 저의 물건이 아니지만 혹시 정보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지 몰라 포스팅은 그대로 남겨놓겠습니다.)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배낭이 있고 적절한 크기의, 한쪽 어깨에 메는 가방도 있는데 이런 holster를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는, 카메라만 단촐하게 가지고 나갈 경우에 쓰거나 혹은 큰 배낭 대신 여행용 배낭을 가지고 나서는 길에 카메라만 따로 챙기려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도 꽤 오래 쓰지만 이 가방들은 거의 평생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꽤 오랫동안 관련 정보를 찾았는데 정보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간단하게 남깁니다.
NG A2210에는 기본적인 표준 줌 렌즈를 물린 DSLR이 들어갑니다. 저는 세로그립없는 50D에 후드뺀 17-55물려서 세로로 넣으니 딱맞습니다. 렌즈 양 옆에 아주 미세한 공간이 남는데 렌즈캡 혹은 배터리 정도 들어갈만큼의 공간입니다. 좀 빡빡하게 넣는다면 배터리 충전기 정도가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만 그리 추천할만하지는 않습니다. 앞쪽주머니에 손바닥 수첩과 필기도구, 배터리, 메모리카드 정도가 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메라 보호용 패드들이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깨패드(NG A7300)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사진이고 뭐고 귀찮게 되니 어깨라도 좀 편안하라고.
(이 글을 쓰고 나서 한참 지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가방은 다른 분께 갔습니다. 이제는 저의 물건이 아니지만 혹시 정보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지 몰라 포스팅은 그대로 남겨놓겠습니다.)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만년필과 잉크
얼마전부터 만년필에 꽂혀 버렸다.
계기는 장인어른이 주신 만년필. 몇 해 전 잉크와 함께 주신 것인데 오래 묵혀 놓았다가 올해 초에 꺼내 쓰기 시작했다.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펜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슬슬 부드럽게 잘 써지는 만년필에 감동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핸드폰 덕에 손으로 글을 쓸 일은 거의 없는데 굳이 만년필을 쓰기 위해 손으로 쓰는 일을 만들기도 했다. 일부러 수첩과 노트를 찾았고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즈음, 가지고 다니던 노트북컴퓨터가 이제 쉬고 싶다며 태업을 하기 시작한 것도 손으로 쓰는 일을 늘리는 데 자연스럽게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몇 가지 이유로 조금은 캐주얼한 분위기의 만년필이 필요했던 터라 다른 만년필을 하나 더 장만했다. 역시 만족스럽다. 만년필 짱!! (음.... 김정운 선생의 책을 읽어봐야겠군)
오늘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만년필의 이야기는 아니다. 며칠 전 한 학생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말했던, 만년필과 잉크의 비유. 그것을 기록해 놓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계기는 장인어른이 주신 만년필. 몇 해 전 잉크와 함께 주신 것인데 오래 묵혀 놓았다가 올해 초에 꺼내 쓰기 시작했다.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펜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슬슬 부드럽게 잘 써지는 만년필에 감동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핸드폰 덕에 손으로 글을 쓸 일은 거의 없는데 굳이 만년필을 쓰기 위해 손으로 쓰는 일을 만들기도 했다. 일부러 수첩과 노트를 찾았고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즈음, 가지고 다니던 노트북컴퓨터가 이제 쉬고 싶다며 태업을 하기 시작한 것도 손으로 쓰는 일을 늘리는 데 자연스럽게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몇 가지 이유로 조금은 캐주얼한 분위기의 만년필이 필요했던 터라 다른 만년필을 하나 더 장만했다. 역시 만족스럽다. 만년필 짱!! (음.... 김정운 선생의 책을 읽어봐야겠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만년필 두 자루 |
공부를 한다는 것,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비어있던 컨버터에 잉크를 채우는 과정.
잉크가 차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컨버터의 위쪽을 돌리면 잉크가 점점 채워진다. 그렇게 채워진 잉크는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글과 기록이 된다. (잉크의 소비는 곧 기록/글의 생산이다.)
잉크가 차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컨버터의 위쪽을 돌리면 잉크가 점점 채워진다. 그렇게 채워진 잉크는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글과 기록이 된다. (잉크의 소비는 곧 기록/글의 생산이다.)
적절한 시점이 되어 잉크를 채우고 그것을 이용하여 글을 쓰는 만년필은,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한 아주 단순한 비유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 열심히 채우고 그것을 풀어내어 어떤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무언가를 배우고 나의 말로 옮겨보는 과정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비유라는 사실,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경쟁체제와 입시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몰아가는 한국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는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는 것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색의 잉크를 채우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잉크를 채웠다는 사실과 그렇게 채우는 행위에 만족할 뿐. 글을 다 쓴 후에는 잉크를 이용해 써 낸 글을 보려 하지 않고 원래 손에 들고 있었던, 이제는 잉크 컨버터가 비어버린 만년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난 잉크를 꽉 채웠었어"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시선은 종이에 남겨진 글이 아니라 만년필에만 여전히 묶여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쓰는/써야하는 유일한 글은 '대학입학'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쓰려는 순간 만년필은 사라진다/빼앗긴다.
잉크를 채우는 목적은 글을 쓰기 위함이지 잉크 채우기 그 자체가 아니다. 만년필을 사용하든 볼펜을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용해 쓴 결과물이다. 필체도 다를 수 있고 쓴 내용도 다를 수 있는, 천차만별의 글. 잉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알아보기 힘든 필기체의 문장이 될 수도 있다. 애초에 잉크를 각기 다른 색으로 채웠다면 종이에 남겨진 기록의 색도 아예 다를 것이다. 만년필을 가지고 있고 잉크를 채웠다는 사실에만 뿌듯해 하며 만년필만 바라보지 말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시간이 흘러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나눠주는 행위가 아닐까.
무엇을 쓸 것인가 생각하며 잉크를 채우는 기대에 찬 기쁨은 펜촉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잉크들의 흔적을 위한 것이지 잉크를 채웠다 비우는 행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경쟁체제와 입시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몰아가는 한국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는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는 것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색의 잉크를 채우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잉크를 채웠다는 사실과 그렇게 채우는 행위에 만족할 뿐. 글을 다 쓴 후에는 잉크를 이용해 써 낸 글을 보려 하지 않고 원래 손에 들고 있었던, 이제는 잉크 컨버터가 비어버린 만년필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난 잉크를 꽉 채웠었어"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시선은 종이에 남겨진 글이 아니라 만년필에만 여전히 묶여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쓰는/써야하는 유일한 글은 '대학입학'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쓰려는 순간 만년필은 사라진다/빼앗긴다.
잉크를 채우는 목적은 글을 쓰기 위함이지 잉크 채우기 그 자체가 아니다. 만년필을 사용하든 볼펜을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용해 쓴 결과물이다. 필체도 다를 수 있고 쓴 내용도 다를 수 있는, 천차만별의 글. 잉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알아보기 힘든 필기체의 문장이 될 수도 있다. 애초에 잉크를 각기 다른 색으로 채웠다면 종이에 남겨진 기록의 색도 아예 다를 것이다. 만년필을 가지고 있고 잉크를 채웠다는 사실에만 뿌듯해 하며 만년필만 바라보지 말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시간이 흘러 배운 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나눠주는 행위가 아닐까.
무엇을 쓸 것인가 생각하며 잉크를 채우는 기대에 찬 기쁨은 펜촉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잉크들의 흔적을 위한 것이지 잉크를 채웠다 비우는 행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잉크를 조금씩 채워보고 그것으로 내가 무엇을 쓰는지, 무엇을 그리는지 생각해보는 것. 그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서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는 일. 그것이 만년필의 궁극의 지향이다.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니라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는 것이고, 과도하게 계몽적이고 지나치게 '선생이라는 직업이 가져온 직업병에 가까운 글'이라 할지라도 나는 이 글을 남기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과 나눠서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 그것이 만년필 예찬으로 여겨진다 할지라도.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니라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는 것이고, 과도하게 계몽적이고 지나치게 '선생이라는 직업이 가져온 직업병에 가까운 글'이라 할지라도 나는 이 글을 남기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과 나눠서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 그것이 만년필 예찬으로 여겨진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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