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십여 년 이상 질레트를 써왔다. 프로글라이드로 시작해 프로글라이드 플렉스볼 핸들을 사용하고 면도날은 프로글라이드를 사용했더랬다. 질레트를 계속 이용했던 것은,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관성에 의해서.
그러다가 올해 여름 면도기/면도날을 바꿔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면도날의 가격도 가격이지만(면도날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모으면 전기면도기 가격이 되니, 몇 년 전에 전기면도기로 바꿀까를 잠깐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피부 트러블이 좀 심각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도를 하다가 아주 가끔 피를 보는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코 아래 인중 부근에 아주 희미한 붉은 트러블들이 없어지지 않았다. 면도할 때 쉐이빙크림(예전에는 가스를 이용해 분사하는 젤이나 크림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튜브에 들어있는 쉐이빙크림만 사용한다.)을 반드시 사용하고 면도 후에는 스킨부터 시작해 몇 가지로 케어함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트러블의 흔적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관성에서 벗어나 면도기를 바꿔보기로 했다. 대략 올해 말까지 6개월 정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내 피부에 잘 맞는 것을 찾아보려 한다.
여러 상품평, 공식 홈페이지의 광고들과 사람을 현혹하는 설명들을 차분히 보고 하나하나 시도해보기로 했다. 면도기/면도날에 대한 많은 인터넷글들, 유튜브 설명들을 봤고 어차피 취향이란 개인적이고 피부상태 역시 개인의 문제라 정답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직접 경험하는 것만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 생각했다.
먼저 시도한 것은 쉬크의 하이드로5 프리미엄. 이에 대한 설명들은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이 있으니 따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일단 실험삼아 사용한 25일의 경험만 이야기한다면, 매우 만족스럽다. 면도날 자체의 윤활젤도 매우 오래 가고 날도 오래 간다. 무엇보다 코 아래 불긋불긋하던 피부트러블은 사라졌다. (면도기만 바꿨고 사용하던 쉐이빙크림이나 화장품들은 쓰던 것 그대로이다.) 커스텀 날은 써보지 않았지만, 다른 면도기들을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쉬크로 정착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와이즐리 센스를 사용한지 이틀 되었다. 다른 글들에 보면 절삭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던데 내 경험으로는, 절삭력 아주 좋다. 잘 깎이고 피부에 잘 밀착하는 느낌이다. (절삭력이 좋으면 피부 밀착력이 좋다는 것이고, 그 경우 피부 트러블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며칠 더 사용하면서 두고 볼 일이다.) 잘 깎이고 피부 트러블도 없다면 가격의 메리트가 있으니 와이즐리로 정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하는데,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한두 주 정도 더 써볼 생각이다. (와이즐리는 8,900원 체험키트를 주문하면 두 가지 날을 모두 제공한다. 나에게는 절삭력보다 피부 보호가 조금 더 중요한 일이라 센스를 주문했고 최근 나온 프로가 함께 왔다. 이건 센스를 며칠 더 써보고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와이즐리를 테스트해본 후에는 레이지소사이어티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좋은평과 나쁜평 사이에서 길을 잃느니 내가 직접 써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써본 결과 질레트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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