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8일 월요일

드라마 - 수업 준비하다가 문득

<섹스 앤 더 시티>를 브런치, 섹스, 구두에만 연결시키는 한심한 평론들은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가 그 드라마를 열심히 본 것은 아니지만, 그저 몇 편 봤을 뿐인데도 그것은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에 대한 통찰과 고민이 함께 존재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 몇 편 보고 바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문화평론가들의 시각은 마치 <CSI>를 현대적인 시각효과로 그려낸 범인잡기 드라마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CSI> 이전에 <수사반장>이 있지 않았던가. <CSI>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수사관들의 삶이 병치된다. 그리고 범죄의 주변에서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존재한다

최소한 나의 기억에서 이 드라마들의 장점은, 화려함이나 시각적 즐거움,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되지 않는 멋진 카메라 워크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나에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극화되고 과장되었다 하더라고 그것은 사람의 이야기였지 구두와 브런치와 섹스와 혈흔과 첨단 무기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증명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다

지난 주 영상과 문화 수업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가족 등을 다루면서 한국 드라마 속의 가족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삶에서 학생들이 경험하는 가족의 문제와 드라마 속 가족의 모습을 겹쳐놓고 보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삶과 사람과 미디어를 동시에 고려하려는 인류학적 시도의 한 영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드라마들을 본다면 하나의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다른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무엇인가 예를 들고 이 이야기를 좀 더 진척시켰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불가능하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내가 질 것 같은 상황. 다음으로 미루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기) 

댓글 1개:

  1. 이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캐리가 자신의 글은 단순히 섹스에 관한 글이 아니라 관계에 관한 글이라고 했던 장면이 기억나요. 그 에피소드에서 '섹스'라는 제목과 컨셉만 보고 눈요기거리 만들려고 노출증환자처럼 캐리를 묘사했던 출판사 편집자들의 모습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단지 된장녀나 만들고 모든 여자들을 허영심에 빠지게 했다고 말하는 평론가들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물론 저도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섹스 앤 더 시티=허영심 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보면 섹스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볼 때마다 그 작가들의 섬세한 관찰과 생각이 너무 부러워요!! ㅋㅋㅋ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