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안타까웠다.
지진과, 뒤이은 쓰나미가 한 순간에 휩쓸어버린 현장은 억지로 참아내는 눈물과 탄식이 채우고 있었다.
이 모습을 MBC의 <다큐멘터리 그날>이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방송에 대한 간략한 내용과 예고편은 여기)
프로그램 중 인터뷰했던, 자녀들과 떨어진 채(게다가 장남과는 아직 연락도 닿지 않은 상태로) 피해지역 근처 한 백화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나흘째 생활하고 있던 부부의 모습처럼 담담하게,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확신하며 프로그램은 끝났다.
발빠르게 이슈를 전하되 흥분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매력이 내가 <다큐 그날> 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오늘의 방송 내용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엔딩 크레딧이 오르며 한 쪽에 보인 화면에 한국 총영사관으로 대피한 한국 사람들을 위해 생필품과 음식을 전해주던 한 한국분의 모습이 등장했다. 밝은 웃음과 함께 "같은 한국사람이니 도와야지요"라는 말.
끝까지 잘 보다가 이 마지막 말이 불편했다. "같은 한국사람이니 도와야"한다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돕지 않겠다는 말인가? 말씀하신 분이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시점의 방송에서 나갈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결국 시간에 쫓긴 제작진들의 작은 실수겠지, 라고 생각한다.
같은 나라 사람이어서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기보다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는 보다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인간이 "국가"라는 경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어 살아온 시간이 오래 되긴 했지만 생명을 가진 다른 존재들과 이 땅을 공유하기 시작했던 때보다 더 오래 되지는 않았다. 국가라는 경계 안 "우리"를 다독이는 것이 잘 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계 밖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생명을 이어가는 다양한 존재들이 있음을 기억하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의 마지막 장면이 <다큐 그날>이 가진 충분한 장점을 갉아 먹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느낀 불편함은 좀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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