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캐스트 등에 이미 소개되어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던 책.
최근에 이런 류의 책을 읽은지 오래 되어 약간 낯설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을 책.
늑대를 키웠고 함께 생활했고 그를 보낸 철학자가 늑대를 통해, 늑대와 함께 행복과 소유와 시간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책. 사람을 '상대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왜 필요한 일인지,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우월하고 잘났다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질문하는 책.
"영장류는 행복을, 측정하고 무게를 재며 수량화하여 계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영장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용-편익 분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
늑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늑대는 진정한 가치는 잴 수도 거래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끔은 하늘이 두 동강 나도 옳은 것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20, 22쪽)
"근거, 증거, 정당화, 보장. 정말 사악한 동물들에게만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 불만이 많을수록 더 사악해지고, 화해에 무감할수록 정의는 더욱 필요해진다.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영장류만이 도덕적 동물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불만으로 가득하다." (112쪽)
"우리가 다른 동물들을 판단할 수 없다면,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우리는 다른 동물들을 존경할 수 있다. 명료하지는 않다 해도, 이러한 존경심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동물들은 가지고 있다는 인식 위에서 시작될 것이다. 보통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점을 발견할 때 나타난다." (148쪽)
책의 곳곳에서 인간 자신의 삶을 거리를 두고 보도록 요청하는 진지하고 깊이있는 문장들이 살아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배우기 어려운 교훈은, 삶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의 피조물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순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장류가 삶에 대한 그럴듯한 의미를 찾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것이다. 순간은 영장류가 절대 소유할 수 없는 대상이다. 순간은 욕망하는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손을 뻗쳐 통과해 버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유는 순간들을 지워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소유하려 하고,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인간의 삶은 하나의 거대한 땅 따먹기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지, 순간의 피조물이 될 수는 없다. 순간은 우리가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항상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다.
'순간에 충실하라'는 피상적인 설교를 되풀이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라고 권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살면서 만나는 몇몇 순간들, 이 특정한 순간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순간들이 바로 인생 최고의 순간인 것이다." (319-320쪽)
사랑하던 늑대가 죽고 남겨진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브레닌을 묻던 밤, 랑그도크 지방의 살을 에는 추위와 장례식용 모닥불에서 번지던 밝은 빛의 온기. 그 안에서 인간 조건의 근원을 찾아본다. 선택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희망을 주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삶을 택할 것이다. 다른 편을 택한다는 것은 미친 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당도한다면 늑대의 냉정함으로 살아 나가야 한다. 힘들고, 차갑고,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삶을 살아 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바로 이 순간들이 삶을 가치있게 만든다. 결국 우리의 담대한 도전만이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늑대에게 종교가 있다면, 바로 이런 교리를 들려줄 것이다." (330쪽)
이 책의 이야기는...... 들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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