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1일 토요일

좀비: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도시는 악이 상존한다."

사실 이 말이 정확하게 맞는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악'이라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 그것의 행위자는 그것을 악이라 정의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자신에게 도시는 악이 상존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낯선 사람들이 섞여 사는 곳일 뿐이고 자신은 자신의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 행위를 반복하고 또 다시 기획한다.

그 행위자는 나의 옆집에 살고 있거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주쳤거나, 내일 가는 식당의 옆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공포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더 크게 느끼는 감정적 반응이고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더 크게 느끼는 감정이라 할 때, 사회가 악으로 정의한 행위를 반복하는 자는 그 행위를 가할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반면 그 행위의 대상인/대상이 될 사람은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공포란 후자의 몫이다.

기괴한 연쇄살인자는 자신만의 '좀비'를 만들어내려 하고 그 행위들은 중산층의 평온한 가족적 외형 속에 가려진다. 미국 중산층 가족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얇은 껍데기 속에 가려져 있는지, 그 속에 숨겨진 잔혹함의 상상력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문제는, 그 껍데기가 얄팍하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이라 정의되는 행위를 실제로 가려주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이 주는 무서움은 주인공 Q__ P__의 행위보다, '평범한 가족의 외피'에 둘러싸여 그것이 감추어진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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