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4일 일요일

대중문화를 이야기하기

고대의 사람들, 심지어 인간 역사의 초기에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고 전파했다. 동굴 벽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기고 뼈나 돌조각에 자신들의 기호와 언어로 기록하였으며 거친 종이 위에 잉크로 쓰고 활자로 찍어 냈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전파되는 야한 이야기들, 전설, 노래 들은 조금씩 변형되기는 했을지라도 일을 하는 틈틈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다. 인간은 어떤 형태이든, 어떤 형식이든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전하며 살아왔다. 그 이야기 중 어떤 것은 유쾌하고, 어떤 것은 조롱을 하는 내용이었고, 어떤 것은 슬펐으며, 어떤 것은 무서움이라는 감정적 반응을 만들어 주었다. 그 이야기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남들에게 전할만한 가치가 있을 때 그것은 말로, 기록으로, 형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어찌 보면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이다. 영화는 2시간 정도에 걸쳐, 드라마는 16번에 걸쳐, 음악은 3-5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그리고 광고 사진은 한 컷의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미자는 애절한 목소리로 육지를 그리워하는 흑산도 아가씨를 이야기하고(1절은 뭍을 그리워하는 흑산도 아가씨를, 2절은 섬으로 팔려온 ‘작부’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의 배경에 대해서는 http://goo.gl/cbPeQX 참고) 어떤 래퍼는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빠르게 뱉는다. 어떤 다큐는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마존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어떤 영화는, 실제로 올 것 같지 않은 미래사회 외계인의 위협과 공격을 이야기한다. 아주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고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들을 듣는다/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이야기’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노라고. 당신도 경험해 보라고. 이 경험의 연쇄는 소위 ‘대중’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몇 개의 덩어리로 묶어 준다. 비슷한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 좋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연구하기 위해 집단이 된다. (후에 이들은 매니아, 또는 팬과 같은 명칭을 얻게 된다.)

(그것을 전달하는 형식과 함께 결합되어 있는) 특정한 이야기는 대중적 경험이 되고 그것을 보고/듣고/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다시 섞여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미디어의 역사와,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정의와 관계없이, 우리가 대중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의 경험으로서의 이야기,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어떤 경험, 혹은 우리가 경험하는 어떤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항상 즐거운 오락거리의 일종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가끔은 차라리 빨리 잊고 싶은 상처이거나 아픔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사람의 이야기인 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역사 속에서 살아왔던 기록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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