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눈먼 자들의 국가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가 착각하는 한, 점점 나빠지는 이 세계를 만든 범인은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오이디푸스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은 또한 우리의 것이기도 한다. 그러니 먼저 우리는 자신의 실수만을 선별적으로 잊어버리는 망각,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그리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은 나아진다고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지는 길이다. 우리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으로 선출한 권력은 자신을 개조할 권한 자체가 없다. 인간은 스스로 나아져야만 하며,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 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42-43쪽, 김연수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테이레시아스여' 에서)

이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거나 알고 있는 문장도 여기에 옮긴다.

"우리가 탄 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 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손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64-65쪽, 박민규, '눈먼자들의 국가'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에 삶과 죽음을 바꾼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진실도 밝혀지지 않은 채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위해, 차가운 바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10분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허우적 대는 총체적 무능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 질문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폭발적인 관심을 갖고 달려드는 책이 되지 않고, 한 명씩 한 명씩 순차적으로 읽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질문이 계속되고 기억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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