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3일 수요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길거리 다니다가 노란 리본이나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 볼 때도 너무 감사해요. 잊지 않는다는 거니까. 같이 기억한다는 거니까. 그게 그냥 힘이 되요." (66쪽)

"사람들에게 바라는 거요? 잊지만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아, 세월호참사가 있었구나, 거기서 친구들이 죽고 하늘나라로 갔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너무 오래 질질 끄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진상규명이 안 됐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물고 늘어지는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거 이해합니다. 이해해요. 이해하는데, 그래서 '잊지만 말아달라' 그것뿐이에요." (74쪽)

"사람들한테 뭔가 행동을 해달라는 것은 솔직히 너무 바라는 거구요. 생각해보니 기억해달라고 한 것도 너무 바란 거 같더라고요. 왜냐면 저는 그 사고를 당한 당사자니까 그 날짜라든지 사건이 어떤 건지를 알고, 잊을 수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저희도 다른 사건을 기억 못하면서 저희 사건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게 좀 이기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대구지하철참사하고 천안함사건 날짜를 기억하려고 해요.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하고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만.
그래도 ... 자기가 잘못한 거는 인정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잘못한 거를 안 밝히려고 급급하잖아요. 그게 뭔가, 나이를 먹을수록 심한 거 같아요. 쪽팔리기도 하고 또 욕먹을 게 무섭고 하니까, 미안하다고 말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를 놓치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114쪽)

"우린 잘못한 게 없는데, 오히려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욕먹는 상황이고. 진실은 자기들이 잘못했으니까 말을 안 하겠죠. 정부는 계속 말 안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진실만 밝혀지고 그것만 인정받으면 될 것 같아요. 지원 같은 건 별로 필요가 없는데..... " (120쪽)

"세월호세대의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세대랑 저희는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제가 '유가족입니다'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평생 유가족이잖아요.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하는 거랑 세월호세대는 다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네' 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같이 싸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저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156쪽)

"분명히 기억나는 건 애들이 배에서 탈출한 거라는 거. 나온 아이들을 그냥 앞에서 건진 것 뿐이지 적극적으로 배에 들어가서 뭘 어떻게 했거나 그런게 없으니까, 그걸 구조했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243쪽)

"아빠는 너무 미안한게 많아서 오빠 사진도 못 쳐다보겠대요. 아빠가 도보행진 했을 때 오빠 신발 신고 걸었거든요. 음.... 오빠한테 그런 아빠 마음 전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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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건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망각에 거스르는 투쟁이 스스로에게도 벅차고 힘드니 손잡아 달라는 기대는 아닐까?

2016년 4월에 출판된 이 책의 부제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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